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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일지/기타도보

마지막 전국일주 (제주올레20코스)

2025년 1월 23일

아홉째날
아침에 일어나면 집에서와 똑같다.
항상 같은루틴 변함이 없다.
다른점 이라면 오늘은 어디를 걸을까?
집에 있는것같이 편안하다.여행왔다고해서
불편하거나 그런것도 없다.
누군가 그런다. 집떠나면 개고생 이라고.
그러나 나에겐 여기가 집처럼 편안하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해장국 먹으러 갔다.
그런후 일단 어제 못한 사우나를 하러 버스를타고
김녕으로 갔다. 해수사우나에서 사우나하고 나와
어디갈까 하다가 오랜만에 간식을 먹기로했다.
매일 오름만 찾아다녔으니 오늘은 올레길을 걷기로했다. 여기가 올레길 20코스 시작점이다.
이곳서 세화해수욕장을 거쳐 해녀박물관까지다.
이미 여러번 걸은 길 이지만 매번 걸을때마다 새롭다.
길을 걷다보면 있었던것이 없어지고 또 새로운것이 생겨있고 그렇게 이곳 제주도 이 힘든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문닫은 업체들이 마니 눈에 보인다.
걸음걸이는 시속 3키로 정도로 아주 천천히 걷는다.
이렇게 천천히 걸으면 생각에 마니 잠긴다.
오름에서 만날수 없었던 사람들이 그나마 올레길에서는 띄엄띄엄 만날수가 있다.
중간중간 좋은곳이 있으면 가지고온 커피를 한잔 하면서 멍하니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를 보다보면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된다. 40년째 명왕성을 향해 날고있는 우주선이 언제 명왕성에 도달할지 모르지만
그 밖에는 또다른 은하계가 존재한다.
우린 이 광대한 우주속에 아주 작은별에 머문다.
그 작은별에서도 작은 대한민국에 그속에서도
작은 섬 속에 내가있다. 얼마나 작은존재인가.
그런 우리가 좌니우니 하면서 서로 잘났다고 싸우면서 살아간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것이 우연은 없다.
김녕 지오트레일을 걷다보면 저절로 철학자가 된다.
신기하지 않은가? 저 광대한 바닷물이 우주밖으로 쏟아지지 않고 중력에 의해 버티고 있다는것이.
몇천미터만 올라가도 산소부족으로 호흡이 어려운데
우린 그밑에서 공짜로 마음껏 마시며 살고있다.
과연 과학으로 증명이 가능할까?
이 모든 불가사의한 일들이 과학과 진화론 만으로
해결이 가능할까? 신의 존재는 그 누구도 알수 없지만
이모든 일들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예전것은 사라지고 새로운것은 생겨난다.
나 역시도 다음세대에 자리를 넘겨주고 알수없는
곳으로 갈것이다. 또 누가알까? 내가죽어
은하계밖 알수없는 우주속에서 지금처럼 또 살아가고 있을지? 그냥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현재도 건강히
잘 살고있음에 무한감사한다.
잡다한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세화해수욕장이다.
우린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틀리다 말하지 말자.
나와 다르다고 내생각과 다르다고 무리지어
상대편을 악마화 하는것을 하지말자.
각종 동아리 모임에 가보면 그런걸 너무 마니본다.
그런것들이 너무싫다. 좋은말만 하면서 살아가기에도
우리 인생은 너무 짧다. 가끔 부산에 계시는 도보인 한분과 통화하면 너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아는 몇안되는 좋은말만 하는 사람중 하나다.
버스를타고 함덕으로 돌아왔다.
이제 일주일후면 성산으로 이사해야 할것같다.
오늘도 어느새 어둠이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