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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일지/운탄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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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탄고도9길 2024년 08월 15일 기찻길옆 오막살이 잘도잔다. 간간히 기차소리가 시끄러웠지만 밤에는 다니지를 않아 푹잤다. 오늘은 운탄고도 마지막 여정인 9길이다. 삼척 소망의탑 까지 가는길인데 평지인 대신에 도로길이라 뙤약볕 이다. 길이 또한 가장긴 25.5키로다. 신기역에서 출발하여 천기리, 하정리, 무사리, 마평교, 삼척문화예술회관, 장미공원, 삼척항을 거처 소망의탑 에 이르는 여정이다. 뙤약볕을 걷는만큼 각오는 했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푹푹찌는 날이었다. 그늘도 거의없다. 이정목도 간혹가다 있고 일부는 방향이 바뀌었다. 구간구간마다 네이버 지도에 의존하며 걷는다. 거의 삼척 다 가기전까지는 카페도 없다. 중간에 하나 있었는데 가보니 휴업이다. 몸에서는 청국장 냄새가 난다. 휴업중인 카페에 화장실이 열려있어..
운탄고도8길 2024년 08월 14일 "기찻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잔다" 어릴적 어머님이 불러주셨고 내가 우리 아가들한테 불러쥤던 곡이다. 내가 오늘 기찻길옆에 텐트를 쳤다. 기차가 지나가는데 비행기 소음이다. 그래도 어느새 잠들어 잘 자겠지. 간밤엔 주취자로 인해 잠을 마니 자지 못했다. 하필 텐트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다. 혹여 해꽂이 할까봐 텐트 안에서 숨죽이며 초긴장 상태다. 젊은 친구라 요즘 시끄러운 묻지마 폭행을 염두에 두며 여차하면 맞상대할 맘과자세로 상황을 요의 주시한다. 한시간 가량을 그렇게 공원에서 시끄럽게 굴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지쳐서 간것이다. 그제서야 텐트밖을 빼꼼히 내다본다. 아무도 없다. 잠이 깨버렸다. 대조봉전망대와 달리 이곳은 열대야가 있다. 침낭도 없이 매트만 깔고 누웠다..
운탄고도7길 2편 2024년 08월 13일 20여일만에 열대야 없는 밤을 보냈다. 대조봉전망대의 기온은 18도 거기다 바람까지 살랑부니 약간 서늘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오랜만에 깨지않고 푹 잘잤다. 새벽같이 일어나 커피를 내려마시고 라면을 끓여먹고 출발준비를했다. 벌써 동네주민이 올라온다. 한눈에봐도 험상궂게 생긴 사내다. 여기서 잤어요? 네 말투가 시비조다. 그런데 가만히 들으니 이사람 말투가 원래 그런것이다. 심약한 사람이면 벌써 겁을 먹었을 것이다. 혼자서 잤어요? 네 난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아니 무서워서 어떻게 자요? 뭐가 무서워요? (속으로 난 니가 더 무섭다) 우린 무서워서 저녁엔 못올라오는데 한다. 난 웃으면서 무서울것 하나도 없어요. 이제 출발해야 한다. 대조봉전망대에서 용정마을 까지는 4키로정도 내리막..
운탄고도7길 2024년 8월 12일 뜨거운 햇빛에 집밖을 나서기가 두려웠지만 지금 아니면 새로 개통된 운탄고도7~9길을 걸을 기회가 없을것 같았다. 부랴부랴 박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시외버스를 탈까? 열차를 탈까? 어찌됐든 태백역까지는 와야했다. 시간은 시외버스가 약간 앞선다. 요금을보니 시외버스는 38000원 무궁화호는 10600원이다. 물론 고령자 할인을 받아서다. 시간은 30분 차이가 난다. 동서울터미널로 갈까? 청량리역으로 갈까? 지하철을타고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가면서 지하철 안에서 태백역 무궁화호를 예약했다. 오전 10시에 집에서나와 오후 3시50분에 태백역에 도착했다. 우선 밥부터 먹어야 했다. 늦은 점심이자 오늘의 마지막 식사다. 날씨는 이곳도 덥다. 예전에 예미역 앞에서 육개장을 맛있게 먹은 기억..
운탄고도5길 6길 20232023년 11월 10일 밤새 비바람이 쳤다. 이럴때 가장 생각나는것은 뜨거운 커피한잔 그러나 어쩌랴? 커피는 있는데 물이없다. 더욱더 커피가 간절하다. 새벽4시가 되니 비는 그쳤다.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분다. 고마운 바람이다. 이 바람이 젖은 텐트를 말려 줄것이다. 자는둥 마는둥 그렇게 아침 6시다. 아직 해가 뜨려면 1시간 넘게 기다려야한다. 남은물 350미리에 누룽지를 넣고 라면을 끓였다. 역시 물이 부족하니 라면죽이 되었다. 게눈 감추듯 후다닥 먹고나니 속이 든든하다. 짐을 꾸리고 출발하니 7시가 조금 넘었다. 오늘 5길 남은 8키로와 6길까지 완주하고 서울로 갈 예정이다. 족히 26키로는 걸어야한다. 4키로정도 가면 약수터다. 그곳서 물도 보충하고 커피도 끓이고 생각하니 벌써 입안이 행..
운탄고도4길 5길 2023년 11월 9일 역시 산은 날씨를 예측할수 없다. 밤새 찬바람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견딜만했다. 아직은 가을 이니까. 아침에 일어나니 텐트가 깨끗하다. 부는 바람이 모든 결로를 안고갔다. 4길 종점에 가면 밥을 먹을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했다. 길은 편했고 임도라 크게 어려움은 없다. 사동골을 지나자 오르막이 시작된다. 꽃꺽끼재까지 8키로정도 구간은 조금 올랐다 다시 평지를 반복한다. 꽃꺽끼재가면 밥을 먹을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16키로를 부지런히 걸어 1시에 도착했다. 그러나 오늘도 나에게 밥이란 먼나라 얘긴가보다. 할수없이 행동식으로 버티면서 5길을 간다.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간다. 끝내 식당은 나타나지 않는다. 물도 500미리 한통밖에 없다. 3시반이다. 더간들 없..
운탄고도4길 2023년 11월 8일 비 피한다고 철수한지 일주일 이번엔 한파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수는 없다. 무엇보다 집에 있으면 내가 죽어가는것 같다. 강원도에 한파경보다. 그래도 가자. 추위야 이겨낼수 있다. 배낭을 둘러메고 다시 길을 나섰다. 집을 나서니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지난번 비를 맞은게 화근이 되어 감기가 왔는데 영 나가지를 않는다. 콜록 콜록 하며 집을 나선다. 아직 6시도 안됬다. 첫차를 타고 청량리로 향한다. 7시34분 무궁화호를 타려고 했는데 도착하니 7시 40분이다. 다음차는 9시55분이다. 역에서 2시간 넘게 기다려서 동해행 무궁화호를 탓다. 예미역에 도착하니 12시 20분이다. 우선 밥을 먹어야 겠다. 역앞에 통일식당이 있는데 이집 육개장이 유명하다. 조금만 늦었으면 못먹을뻔했다. 내..
운탄고도3길 2023년 11월 01일 시월의 마지막밤과 십일월의 첫날 아침을 강원도 영월의 모운동(Tvn에서 방영했던 운탄고도 마을호텔 촬영지)에서 맞았다. 밤새 비가올듯 바람이 마니 불었다. 일찍 자리에 들어 10시간 정도 누워있었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마니 아팠다. 이대로 오늘길을 갈수 있을까? 걱정도 잠시 배낭을 맨순간 아팠던 허리는 어디가고 발걸음이 가볍다. 3길은 오르막은 많지만 길이 참좋다. 모운동을 출발해 낙엽송삼거리 도착 할때까지 잠시도 한눈 팔수가 없었다. 시몬 너는 아느냐? 낙엽 밟는 소리를~~~ 잊혀졌던 싯귀도 생각나고 황금빛 낙엽 쌓인길은 많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야말로 완연한 가을을 만끽하게 한다. 사그락 사그락 낙엽 밟는 소리 또한 마법처럼 지난 추억에 잠기게 한다. 아무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