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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일지/서해랑길

코리아둘레길 서해랑길 8코스


2023년 01월 13일

밤에 텐트를 치고 자리에 누웠다.
동네 개들은 조용해졌다.
조금 있으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한다.
정자가 넓은편이 아니라서 텐트의 앞쪽만 제대로 단도리했다. 뒤쪽은 괜찮을것같아 그냥둔채로 잠을잤다. 갑자기 비소리가 강해지고 앞뒤로 들이쳤다.
일어나 시계를보니 새벽2시다.
양동이로 퍼붓는다. 수레의 배낭은 커버를 잘 덮어놔서 괜찮을줄 알았다. 밤새 비가 퍼붓는다.
밖으로 나갈수도 없다. 아침이 되니 그래도 비가 조금 잦아들었다. 오늘도 산길을 넘는다.
그러나 이렇게 비가 오면 안전하지가 않다.
텐트안에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린다. 지금은 짐을 쌀수도없다. 잘못했다간 짐이 다 젖는다.
아침 9시에 문여는 식당이 있고 10시에 문여는 카페가 있다. 텐트에 누워 9시를 기다린다.
딱히 할일도없다. 오랜만에 오랜시간 텐트속에 누워있다. 바람이 칠때마다 텐트위로 비가 떨어진다.
텐트속에서 듣는 빗소리는 참 좋다.
자장가 같기도하고 추억을 떠올리게도 한다.
끝없이 텐트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어느 교향곡보다 아름답다. 그맛에 어떨때는 일부러 우중캠핑을 갈때도 있다. 감성적이다. 우리나이가 되면 감성이 사라져간다. 그럼에도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는
그 감성을 자극시켜 깨운다.
우산을 들고 나왔다. 정자에 텐트는 그대로 둔채로
비가 안그치면 오늘 하루 더 그곳서 자야한다.
식당에 문이 열렸다. 아침을 먹고 찜해둔 카페로 갔다. 한옥과 커피라? 뭔가 안어울릴것 같으면서도 조화롭다. 넓은 정원을 갖춘 커피전문 한옥까페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마시는 한잔의 커피도 꽤나 운치있다. 혼자라 쓸쓸하긴 하지만.
혼자이기에 그 분위기가 더 산다. 한시간 넘게 앉아 있으니 빗줄기가 잦아 들었다.
정자로와서 떠날 준비를 했다.
7키로쯤가면 돈지리다. 이곳에 모텔이 있다.
오늘은 이곳서 하루자면서 젖은 텐트와 침낭을
말릴 계획이다. 시간상으로도 더 마니 가지는 못한다. 준비를 마치니 12시다. 걸을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5시간이다. 돈지리까지만 갈 생각하니 여유가 있다. 간간히 비를 뿌린다. 안개비다. 이런비는 맞아도 된다. 땀을 식혀주는 고마운비다.
조금 걸으니 산길이다. 다행히 임도길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비온뒤의 청량함과 산 가득히 차싰는 운무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길 너무좋다. 그길을 걷는 분위기 또한 좋다.
천천히 걷는다. 한시간에 걸을거리 두시간에 걷는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음미 하면서 걷는다.
산속에서 숨을 들이킨다. 운무에서 느껴지는 그 냄새가 있다. 그걸 느낀다. 너무 좋다.
그렇게 긴시간 터벅터벅 느끼며 걷다보니 어느새 돈지리다. 2시간이면 올 거리를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모텔을 찾으니 돈지리에 모텔은 딱 하나다. 모텔이라기보다 여관이다.
상태는 너무 안좋다. 그래도 받을돈은 다 받는다.
방에는 벌레도 천정에는 신문지를 더덕더덕 붙여놨다. 벽 한쪽은 곰팡이가 화장실은 사용 안한지가 오래 된것 같다. 방에 냉장고도 없다. 지금껏 가본 모텔중 최악이다. 방은 따뜻했다. 방청소도 제대로 안되있다. 화장실에 휴지도 없다. 방 들어가는 입구엔 누구의 빨래인지 곳곳에 널려있다. 간신히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허긴 이런시골에 누가 묵겠는가 다 읍내로 나가지. 바로앞에 중국집이 있어 들어갔다.
불러도 주인이 나오지를 않는다. 주방에도 사람이 없다. 쾌쾌한 냄새만이 코를 자극한다. 얼른 도로 나왔다. 카페도 없다. 죄다 다방이다. 다방 간판에 여자그림은 왜 그려 놨을까? 왜 그런지 알것같아 안들어가고 하나로마트에서 커피하나 사들고 방으로 왔다. 이틀을 묵을 계획 이었는데 오늘만 자고 낼은 다시 길을 떠나야겠다. 텐트안이 더 깨끗하다~~ㅎ

오늘의 발걸음 16544
오늘의 도보거리 8.1Km


운림산방
구름숲아토리 한옥까페다 커피전문점 이다
이런 분위기의 길 너무좋다
중리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