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1일
기러기 떡국
아침에 일어나 지도를보니 멀지 않은곳에 식당이 있어 그곳서 아침을 먹을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냥 출발했다. 한참을 가니 식당이 없다. 간판이 없어졌다. 지도상에만 있고 폐업한것 같다.
빈속에 걸으려니 힘이든다. 뭐라도 뱃속에 들어가야한다. 리허설님이 챙겨준 홍삼도 집어넣고
아그네스님이 챙겨준 포도당도 집어넣고
심문님이 챙겨준 육포도 집어넣고
암튼 그러면서 한발 한발 나아갔다.
10키로쯤 가니 점점 맥이 빠진다.
시간은 10시가 다됬다.
어떤 식당이든 나오면 문을 열 시간이다.
다시 지도를 보니 2키로쯤 가면 식당이 있다.
마지막 힘을내서 도착하니 문이 닫혔다.
맥이 빠진다. 맥이 빠지니 힘이 더 든다.
백여미터가니 문닫힌집 간판이 있고 전화번호가 있다. 혹시나 하는맘에 전화를 하니 남자가 받는다.
식사되냐고 물으니 된다고 한다.
그새 문 열었나? 다시 그곳으로갔다.
문을 열으니 닫혀있다. 식당 한바퀴를 도니 주방쪽이 열려있어 들어가니 주방 아줌마만 있다.
식사되냐고 물으니 안된단다.
좀전에 사정을 얘기하니 아줌마왈 사장이 나쁜놈 이라면서 욕을 해된다. 입이 걸다.
난 떼를썼다. 나 배고파서 더 못가니 될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아줌마는 밥을 이제 해야되서 밥이 없단다. 그러더니 떡국을 먹으란다. 그것도 좋으니 마니만 달라고 하고 들어가 앉았다.
떡국이 나왔는데 정말 마니줬다.
기러기 떡국 이란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기러기떡국이다. 그런데 고기맛이 좋다.
뭐랄까? 갈비탕에 나오는 갈비맛이다.
기러기고기가 이렇게 맛있었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줌마 이야기보따리 늘어논다. 예약손님이 많아 준비하느라 손님 받을수없어
문 잠궜단다. 사장은 주방생각 안하고 손님 밀어넣는단다. 자기는 남편 병간호를 13년째 하고있어 벌어야 한단다. 아까까지 걸던 입은 다 어디갔나?
아저씨는 부자니까 이러고 다니는거 아니냐
글쎄요 얼마나 가져야 부자일까?
높은곳 보는사람과 낮은곳 보는 사람에따라 다르겠지. 부자면 이러고 다닐수 있을까?
가난하면 이러고 못다니나?
그 아줌마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왜 이렇게 다니는지 관심없다. 그분의 눈에는 그냥 배고픈 나그네일 뿐이다. 가면서 먹으라고 삶은 고구마며
홍시를 한보따리 챙겨준다. 아픈 남편 생각이 났나보다. 제법 무게가 나갔다. 하지만 거절할수가 없었다. 계산 하면서 잔돈은 됬다고 해도 굳이굳이 동전까지 챙겨서 거스름돈을 준다. 배고프면 빵이라도 사먹으라고. 걸으면서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자꾸 남편땜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그 아줌마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난 얼마나 행복한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부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고민은 안하면서 행복한 도보를 하고 있잖은가. 너무 마니 먹었나보다. 걸으면서 자꾸 졸음이 쏟아진다. 커피숍이라도 나오면 한두시간 쉬어가고싶다. 지도를보니 4키로정도 가면 커피숍이 있다. 그곳을 향해 힘든 발걸음을 했다.
커피숍에 도착하니 토.일은 쉰단다.
다시 지도를보니 4키로 더가면 동신대 부근에 커피숍이 제법있다. 그리로가서 한시간정도 쉬었다가
나주시청으로 향했다. 나주시청 부근이 나주곰탕 특화거리다. 낼 아침은 거기서먹기로 하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고구마와 홍시가 생각났다. 짐도 줄일겸 오늘은 그걸로 요기하자. 결국 오늘 기러기 떡국
한그릇으로 떼웠다.
오늘의 발걸음 41132
오늘의 도보거리 2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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