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서해랑길 22코스
2023년 01월 24일
새벽부터 바람이 불기시작하는데 거세다.
오늘 일정이 험난할것을 예견한다.
조금 있으니 눈보라도 친다.
어찌해야하나? 텐트속에서 꼼짝않고 누워있다.
근처에 모텔도, 음식점도, 카페도, 마트도, 아무것도 없다. 하루 더 텐트속에 있고 싶어도 가스가 떨어졌다. 22코스 종점에나 가야 모텔빼고 다있다.
일단 라먼을 끓여먹고 다시 침낭속으로.
생각에 잠긴동안 날이 밝았다. 다른날 같으면 벌써 출발하여 가고 있을텐데 침낭속에 있다.
바람이 잦아들기 기다리는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랴부랴 짐을싼다. 바람에 텐트가 날라다닌다. 도저히 접을수가없어 둘둘말아 배낭속에 넣고 출발했다. 갈길이 아득하다. 앞을 볼수가 없다.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고개를 숙이고 길을 가는데
코스표식이 눈보라에 덮여 보이지를 않는다.
자꾸 코스를 벗어났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바람이 점점 더 거세진다. 걷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바람에 몸이 밀려 다닌다. 오른쪽에서 불면 오른쪽으로 왼쪽에서불면 왼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간다.
그래야 겨우 중심을 잡을수있다. 앞에서 불어오면 방법이 없다. 앞으로 나가지지를 않는다.
사진을 찍을수가 없다. 사진 찍기위해 장갑을 벗는순간 동낭 걸릴것 같다. 기온이 차니 밧데리도 빨리 소모된다. 할수없이 핸폰을 주머니에 넣고 걷는데만 집중한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칠때는 내몸이 눈사람이 된다. 콧물은 계속 흐른다. 흐르던 콧물이 바람에 날려 얼굴에 붙는다. 그리고 얼어버린다.
달마고도 갈때 험난한 길 때문에 최대위기를 맞았다면 오늘은 날씨 때문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손을 가슴속에 품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다.
내모습이 시베리아벌판을 헤매는 닥터지바고의 모습이다. 살고자 발버둥치는 지바고의 모습 그대로다. 어쩌면 내가 걷는 이유가 살고자 발버둥치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살아있다고 발버둥치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 종점까지는 1.5키로 남았다.
바람은 최고치에 달했다. 앞으로 나갈수가 없다.
10미터가다 멈추고 100미터 가다 멈추고 그렇게
1.5키로 가는데 40분이나 걸렸다.
거리상으로 보아 도착 예상시간보다 2시간이나 더 걸렸다. 식당부터 찾았다.
그런대 그많은 식당이 다 문닫았다.
운남 면사무소에 정자가 보인다.
들어가서 얘기 했더니 걱정한다.
문제가 생기면 자기들 책임이라고.
겨우 설득하여 허락을 받고 짐을 놔둔후 편의점 가서 필요한것 사고 도시락으로 떼우고 오는데
한군데 카페가 열었다. 커피를 시키고 충전한후
텐트를 치러갔다. 칠수가 없다. 바람이 워낙 거세다보니 텐트가 버티지를 못한다. 폴대가 휘어져 버린다. 포기하고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데 면사무소 문앞 옆에 공간이 바람이 덜 분다. 그리로 옮겨 겨우 텐트를 치고 다시 카페로 갔다. 허니브레드와 커피를 시키고 문닫을때까지 있다가 텐트로 왔다. 나오는데 카페주인이 유자차 한잔과 바나나 두개를준다.
그사이 텐트는 얼음왕국이 되었다. 텐트안도 눈 투성이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벤트를 통해 안으로 눈이 들어온 것이다. 어쩔수없다. 다행히 내일은 바남은 불어도 눈은 안오는것으로 되있다.
제발 바람도 멈춰야 할텐데.
오늘의 발걸음 26370
오늘의 도보거리 14.7Km





















